바닷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주제에 수영조차 할 줄도 모르지만

예전부터 스쿠버다이빙에는 막연한 관심이 있었어요.

언젠가부터 스쿠버다이빙을 경험해봤다는 지인들이 생기면서 바닷속 신비를 극찬하길래

우와 하면서 막연히 동경만 할 뿐 직접 해볼 엄두는 못 냈는데

저 만나기 전에 치사하게 이미(?) 어드밴스드 자격까지 딴 남편의

적극적인 회유와 꼬드김을 통해 2019년 12월, 드디어 만나게 된

세부, 햇살이 출렁이는 필리핀 바다, 그리고 오션블루 리조트!

다들 그렇겠지만 한밤중에 세부에 도착해 숙소 픽업을 받은 뒤 정신없이 자고 난 뒤

아침에 비몽사몽 눈곱만 겨우 떼고 리조트 마당으로 나간 첫날 아침이 아직 생생해요.

파란 하늘, 그보다 더 파랗고 투명한 바다가 시야를 꽉 채우는 장관에 잠긴 눈이 번쩍 띄면서

그제서야 세부에 왔고 다이빙을 하러 왔다는 실감이 나더라고요.

오션블루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바닷가로의 접근성이었는데

몇 발짝만 떼면 바로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파도를 경험하고 나니 역시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식은 또 얼마나 맛있게요 ㅋㅋㅋㅋ 와 진짜

한국에서보다 한식 더 잘 먹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나 왜 한국인인데 오션블루 셰프보다 요리 못하지... (쭈굴

마지막 날 점심으로 먹었던 김치말이 국수는 그야말로 감동이라고밖엔...

그리고 여기서 꼬박꼬박 1일 2망고 하는 바람에

뭔가 비누 맛 난다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망고의 참맛을 배우고 갑니다 흑흑

원체 몸 쓰는 일은 거의 모조리 다 젬병이라

스쿠버다이빙도 단번에 잘할 거라는 예상은 아예 하지도 않았지만

예상보다도 더 헤매고 허우적댔죠 ㅠㅠ 강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흑흑...

처음 입수 때 별 저항 없이 5m 정도 들어가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두 번째 입수 때는 이상하게 컨디션이 너무 안 좋고 호흡조차 정리가 안 되어서

몇 번 시도하다 결국 물속에 못 들어갔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배멀미랑 여독이 겹쳐서 잠시 아팠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한심한 꼴 많이 보였는데도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시고

격려를 잃지 않아주신 이태영 강사님께 무한감사드립니다 ;ㅂ;

입수할 때 한숨 푹푹 쉬니까 힘내라고 해주고

무거운 장비들 매번 세심히 챙겨준 스탭들도 너무 고맙고요...​ 

첫날 다이빙을 완전히 망치고 나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그래도 망고는 잘 먹...) 의기소침해 있다가

둘째 날은 오히려 처음보다도 긴장과 공포에 휩싸인 채로 물에 들어갔는데

강사님이 계속 눈 맞춰주시고 차근차근 인도해주신 덕분에

드디어 제대로 18m 입수!!! 해서 참된 바닷속을 맛볼 수 있었어요.

중성부력 유지하는 게 서툴러서 5m 정도 수심에서 계속 붕 떠오르는 추태를 몇 번 저질렀지만 ㅋㅋㅋㅋ

다이빙 횟수가 늘면 늘수록 긴장도 사라지고 시야도 넓어지면서

점점 물속에 있는 느낌을 즐기게 되더라고요.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 물뽕인가...

셋째 날 펀다이빙까지 무사히 마쳤을 때는 아쉽기까지 한 마음에

앞으로 다이빙을 종종 하러 올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습니당 ㅇㅅ<

한국 입국하자마자 감기에 된통 걸려서

오션블루 앞마당에서 광합성하던 때가 더욱 그리워져요, 흑흑.

지금 막힌 코 훌쩍이면서 후기를 쓰고 있는데

코가 막히니 뭔가 물속에서 이퀄라이징 하던 생각이 나네요 ㅋㅋㅋㅋㅋ 팽!

이렇게 지상에서도 다이빙 생각할 정도로 다이빙의 매력에 허우적대게 해주신

오션블루의 모든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리며 메리 크리스마스!

쓰다 보니 신 나서 글이 길어졌는데 답글은 부담 가지지 마시고 조금 써주셔도 돼요 ㅋㅋㅋㅋ